코로나 사태가 심해진 후로 90년생 여성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아졌다. 20년 상반기만 해도 자살시도 횟수가 3천건이 넘는다. 원래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2배가 높았는데 90년대생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90년대생의 모친인 50년대생보다 무려 5배나 자살을 많이 한다. 전문가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인해 80년대생을 주목했는데, 오히려 90년대생이, 심지어 90년대 후반일 수록 자살률이 더 높았다.
왜? 여성인권은 더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자. 90년대면 페미니즘 사상이 모두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고, 젊은 여자 세대에 페미니즘 사상을(설령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모르는 이는 없다.
이제 여자를 죽이는 새로운 방식이 개발된 거다. 예전의 방식은 여자를 경쟁 자체에서 제외했다. 학교도 못갔고, 직업도 당연히 없다. 여성은 그저 아내고 엄마다. 그외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의 여성들은 경제력(자본주의 사회에선 인권)이 남자 손에 있었기에 똑똑해도 대학을 못가고, 싫어하는 남자한테 팔려가듯 결혼하는 현실에 비관하며 자살했다.
지금의 여성을 죽이는 방식은 다르다. 남성들은 말한다. 이제 여성 상위시대다, 여자들이 대학진학률이 더 높고, 부족하지만 위를 보면 여기저기서 성공한 여성들이 보인다. 여성이 무엇을 하든 성공하고, 잘한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여성들을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 쉽게 대체되는 서비스직, 비정규적에 몰아넣는다. 유리천장 없어진 척 성공한 여성들, 고위직에 여성들 보여주며 너라고 못할게 뭐냐고 말한다. 이게 사회 분위기다.
그러면 90년대생 여자들은 어떤 사고를 가졌나 보자. 82년생 김지영과 50년대생 모친의 인생을 보고 자라며 나는 언니처럼, 엄마처럼 남자에게 종속된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초중고 대학 내내 남자들보다 훨씬 공부를 열심히하고 스펙을 쌓아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학식시절 과에서 꼴지하던 남자보다 취업을 못한다. 더 빨리 잘리고 월급이 더 적다. 그래도 열심히, 더 열심히 한다.
코로나로 경기가 힘들자 가장 먼저 잘린다. 그러면 여성은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여자들은 많고 심지어 우리 사장님은 애 5명을 키우면서 시댁에서 예쁨 받으며 일하는데, 저렇게 잘버는데, 세상에 이렇게 멋진 여자가 많은데 못난 내탓이다. 학창시절 남학생들보다 훨씬 성적이 좋았는데 사회에 나오자 전복되어 버린다. 트루먼쇼 같이. 그럼 여성이 자기혐오에 빠질 때 무엇을 하느냐.
정부는 이때다 싶어서 가족정책을 강화한다. 복지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부장제에 속하지 않고 남편 없이 살고 출산하지 않을 자유, 남성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한 여성은 국민이 아니기에 비혼 여성을 피말려 죽인다. 유럽에서도 가족복지정책이 강화되면 여성 청년가구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여성들이 만든 이 기사 말고 어디서 여성 자살률 이렇게 높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사회 구조의, 사회 전체의, 한국 여성 전체가 겪는 피해인 줄 모르고 내가 너무 못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인줄 알고 자살하는 거다. 완벽주의가 현대의 새로운 코르셋이라는 말이 딱이다. (사실 여성에게만 강요되는)극한의 상황에서 성공한 여성이 저렇게 많은데 나는 못해냈다는 상실감.
다른 이유도 있다. 90년대는 페미니즘이 퍼졌다. 90년대 일반 여성들은 자신 안에 있는 페미니즘 사상과 현실 한국 사회 사이의 엄청난 괴리감을 느낀다. 내가 겪는 게 여성혐오인지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는 것과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는 스트레스 차이가 매우 크다. 인간은 사회의 부조리함을 깨달을수록 우울해진다.
물론 전국 각지에서 비혼, 페미니스트 모임이 늘어나고 있고 서로를 지탱해가고 있지만(오픈채팅에 지역+비혼 키워드로 검색해보길바란다) 아직도 상당수의 여성들은 아무런 버팀목이 없다. 가족, 친구, 남자친구한테 말해봤자 다 그러고 살아, 네가 예민한거야, 응응 알겠고 모텔가자 하는 반응 뿐이다.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라서, 외모 코르셋에 돈을 허비하며 스트레스를 풀기엔 허상인 것을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왜 자꾸 여자만 죽나. 여자 죽는다는 글 좀 그만보고 싶다. 여성들아 버텨내 보자.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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